MFTC 109기 선교 훈련을 떠나기 전, 하나님께 몇 가지 기도제목을 가지고 나아갔다. 먼저, 그곳에서 앞서 일하고 계시는 선교의 하나님을 생생히 목도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어떤 마음과 시선으로 그 땅을 보고 경험하길 원하시는지 깨닫도록, 그리고 왜 다시금 나를 필리핀 땅으로 보내시는지 알 수 있도록 기도했다. 또한 막연하게 품고 있던 비전들이 이번 시간을 통해 보다 선명해지기를 간절히 구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매일의 훈련 일정 속에서 만나는 영혼들과 주시는 말씀을 통해 그 기도들에 차근차근 응답해주셨다.
먼저, 가톨릭이 국교인 필리핀 곳곳에 깊이 뿌리내린 사이비와 이단의 실상을 직접 목도하게 하셨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이글레시아, 여호와의 증인, 제칠일안식교 등 잘못된 진리에 속해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무도 가지 않을 것만 같은 오지와 외진 지역까지도 이단의 영향력이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승리의 하나님께서 여전히 일하고 계심을 확신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이단들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도 민다나오 지역의 부팅바토 교회와 그곳을 섬기고 계신 선교사님들이 영혼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함께 기도하며 헌신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통해 필리핀의 수많은 영혼들이 악한 영에 잠식되지 않고,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속히 돌아오도록 나 또한 기도로 중보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바세코 지역을 정탐하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극심한 빈곤과 교육의 부재였다. 배고픔에 지쳐 있는 아이들과 배움을 받을 기회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너졌다. 그러나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한 동정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쌍하다는 감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긍휼의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진정으로 안타까운 것은 물질적인 가난이 아니라 복음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영적 현실이라는 사실이 마음 깊이 다가왔다. 이 경험을 통해 다음 세대 사역에 대한 사명이 더욱 선명해졌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선교지에 세워진 교회들을 방문하여 주일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은혜였다. 단순한 외형이나 환경이 아니라, 그들의 순전한 예배 가운데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 말과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 드리는 찬양과 기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었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그분의 일하심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러한 예배의 감격은 내 신앙에도 다시금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고, 하나님께서 이 땅 곳곳에서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이번 정탐 훈련을 통해 가장 깊이 깨달은 것은, 선교지의 영혼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깊이 이해하는 데서부터 복음 전파는 시작되어야 한다. 여호수아와 갈렙이 가나안 땅을 정탐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그분의 시선으로 그 땅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나 역시 하나님의 언약을 붙들고 복음이 전해질 대상에 대해 연구하고, 전략을 세우며, 그들 안으로 들어가 지혜롭게 접근해야 함을 배웠다. 특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공부와 사역을 통해 이 지역 사람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어 매우 뜻깊었다. 한국에서는 무의미하거나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그곳에서는 너무나도 절실하고 귀하게 쓰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달란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기도의 깊이도 더해졌다. 이 정탐 훈련이 모든 선교 사역의 출발점이자 기본 훈련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고, 특히 청년 인적자원이 풍성한 우리 교회 안에서 이 훈련을 아포슬 공동체에 잘 정착시켜 열린 기회를 제공한다면, 선교가 처음인 청년들에게도 더욱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선교가 이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훈련 전반에 걸쳐 하나님의 동행하심과 임재하심을 생생히 경험하며 깊은 감격과 감사의 마음을 느꼈고, “선교사는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곳 어디에서든 선교사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다”라는 선교사님의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또한 7박 8일의 훈련 기간 동안 수만 보를 걷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여정 속에서 우리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들고 왔던 많은 선교사님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들의 수고와 헌신, 그리고 순교로 이어진 믿음의 여정은 내게 깊은 감동과 책임감을 안겨주었고, 오늘의 내가 누리는 복음의 은혜가 결코 값싼 것이 아님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 귀한 훈련을 통해 받은 은혜와 도전을 가슴 깊이 새기며, 앞으로도 순종하는 제자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필리핀 땅과 그곳의 영혼들을 위해 계속해서 중보하며, 기도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가고자 한다.